주민이 주민자치회의 주권자가 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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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민자치회의 주권자가 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 주민자치뉴스
  • 승인 2019.07.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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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월간 주민자치 발행인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월간 주민자치 발행인

주민자치회는 국가의 하부조직이거나 내부조직이 아니고 독립된 조직이다. 그렇다고 국가와 완전하게 분리된 조직도 아니다. 여기에 주민자치는 접근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주민자치는 본질적으로 대동각립(大同各立)의 관계를 말한다. 자치단체가 대동(大同)이라면 주민자치는 각립(各立)이다. 문제는 각립이면서 대동을 이뤄야 하고, 대동을 이루면서도 각립해야 하는 데 있다. 각립(各立)으로 대동(大同)을 만들고, 대동(大同)으로 각립(各立)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동보다는 각립이 먼저다

현재 한국의 주민자치는 대동(大同)할 것과 각립(各立)할 것을 구분해내지 못하고 있다. 분권과 자치의 토대인 대동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빈곤하고 각립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천박하다. 그래서 대동에 봉사해야 하는 각립, 통치에 협력하는 자치의 안목으로 수립한 주민자치 정책을 우리는 심각하게 문제로 마주하고 있다.

대동각립에서 대동하기 위해서는 각립이 먼저다. 주민자치에서 각립(各立)은 먼저 주민자치회 구역이 있어야 하고, 주체인 주민이 있어야 하고, 자치를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회 조례는 그 중에서 주민을 뺐다. 가장 치명적인 과오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제27조의 규정으로 주민자치회의 설치에 대해서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법은 주민자치회를 주민으로 구성하라고 명확하게 규정했지만, 행안부는 표준조례를 만들면서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을 빼고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면서 주민자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주민의 주민자치회를 만들자

또 주민의 주민자치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라는 내용을 가장 먼저 2012년 행자부가 시범실시조례에서 뺐고, 이어서 서울시가 2013년 서울시 조례에서 뺐고, 2018년 행안부도 표준조례에서 뺐다. 국회가 제정한 법을 행안부가 무시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주민자치는 각립이 조건이지만, 마을과 주민의 각립을 애써서 뺐다. 왜일까? 김대중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주민자치는 주민에게 맡기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법으로까지 제정했다. 그런데 행안부는 주민을 빼서 무력화한 후에 기어이 관료들의 지배하에 뒀다. 게다가 박원순의 서울시는 주민자치회를 행정관료와 관변단체의 이중 지배하에 뒀다.

여기에서는 주민자치를 정치적인 조직으로 만든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주민자치위원 교육을 시민단체가 독식해서 주민자치가 아니라 서울시 정책을 홍보하거나 보수를 비난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자주 보고되는 것을 가벼이 보아 넘길 수 없다.

주민자치를 관변단체가 지배하도록 하는 것은 조선의 역사에서도 실패했다. 사림파의 향약이 일찍이 무력화된 것이 그 사례다. 율곡이 통렬하게 지적한 향약의 폐해가 바로 이중 지배였다. 민도가 높아진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 시민단체가 주민자치회를 지도하고 위원을 계몽하는 것이 필요할까?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주민자치회의 주권은 주민에게 있다. 관료도 물러나고, 관변단체도 물러나고, 온전히 주민에게 맡겨야 한다.

주민자치는 NGO·NPO·NIO조직이다

주민자치는 NGO 비정부조직이며, NPO 비영리조직이며, NIO 비사적조직이다.

주민자치는 'NGO∩NPO∩NIO'로 성립한다. 정부도 개입하지 말고, 시장도 개입하지 말고, 어떤 세력도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국가의 지배와 영리 행위의 지배와 관변집단의 지배를 모두 받고 있다.

한국의 주민자치정책은 주민자치의 본질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법으로 주민자치가 배태되고 숙성될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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